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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게시판

일본 엄마 한국 아빠 연애썰 - 딸 덕분에 오랜만에 쓰는 편지

등급 아이콘 이미지ELLIOTTS 조회 15 2026-09-28 17:01:01

https://humoruniv.com/pds1426028

우리 미가 이렇게 예쁘게 컸습니다.

모두 당신 덕분이에요.

언젠가 미가 이 이야기를 당신에게도 보여준다면
이 글도 읽게 되겠지요.

그러면 조금 부끄러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 당신은 또 웃으면서
둘이서 언제부터 이런 일을 꾸몄냐고 하겠지요.

사람들이 우리 얘기를 재밌어 한다는 걸 알고
부끄러워하면서도 신기해하겠지요.

하지만 저도 꼭 한 번은 말하고 싶습니다.

저도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을
아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점원의 안내를 받아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먼저 와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던 당신.

그리고 제가 들어오는 걸 보고
눈이 마주친 순간,

당신이 활짝 웃었습니다.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지금도 그 장면만큼은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나중에
제가 사진보다 훨씬 멋있어서 놀랐다고 했지만,
사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예뻤고,
무엇보다 그렇게 잘 웃는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 미소를 한 번 더 보고 싶었습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당신이 웃을 만한 이야기를 하나 더 생각해갔고,

당신이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봤고,

전에 무심코 했던 사소한 말들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당신은
처음 만났던 날처럼 활짝 웃어주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이미
나는 당신에게 빚을 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의 웃음을 받으면서도
그게 얼마나 큰 선물인지 몰랐으니까요.

---------------------------------------

우리에게 좋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요.
특히 당신은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저는 늘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이었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그것부터 해결해야 마음이 편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무슨 마음인지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한 적도 많았고,

알면서도 제 생각이 맞다고 고집을 부린 적도 있었습니다.

당신이 상처받았다는 걸 나중에야 안 적도 있었고,

알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모진 말도 많이 했습니다.

아마 당신은
제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울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당신의 마음은 
처음과  변하지 않을 수 있었는지.

내가 좋은 남편이었던 날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항상 행복했던 날만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변함없이
한 사람을 같은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는지.

저는 그게 늘 신기했고
오랫동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저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테니까요.

그런데 미를 보면서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미가 당신을 참 많이 닮았더군요.

잘 웃고,
잘 울고,
겁도 많고,
상처도 쉽게 받으면서,

정작 정말 중요한 순간에는
자기 마음을 끝까지 놓지 않는 것까지요.

사람에게 한번 마음을 열면 끝까지 믿어주는 모습,
마음이 다쳐도 미워하기보다 이해하려 애쓰는 모습,
겁이 많으면서도 소중한 것을 위해서는 끝내 용기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자주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이 약해서 떠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는 걸.
몰라서 참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무렇지 않아서 웃어준 것도 아니었다는 걸.

당신은 알고도 선택했던 것이겠지요.

좋았던 날들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힘든 날까지도 끌어안고 끝까지 같이 가보기로.

서로의 부족함까지도 이해해보며
끝까지 함께 걸어가보기로.

당신은 그렇게 어려운 길을 선택했던 것이겠지요.

---------------------------------------

나는 당신에게 참 큰 빚을 졌습니다.

나를 만나러 와준 첫 번째 용기.

가족과 친구와 익숙한 모든 것을 두고
나를 따라 한국으로 와준 두 번째 용기.

그리고 우리 미를 낳아준
세 번째 용기까지.

그 세 번 중 하나만 없었어도
지금의 우리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빚은
평생을 살아도 다 갚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갚아가고 싶습니다.

당신이 나 때문에 떠나온 것보다
이곳에서 더 많은 행복을 얻을 수 있도록.

내가 모르고 준 상처보다
훨씬 많은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도록.

당신이 언젠가 지난 시간을 돌아봤을 때

그래도 그때 그 사람을 선택한 것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그리고 마지막까지

당신이 처음 만난 날
나를 보고 웃어주었던 그 미소를

내 옆에서 오래 볼 수 있도록.

우리 미가 이렇게 예쁘게 컸습니다.

당신이 그날 나를 만나러 나와주었고,

나를 믿고 한국에 와주었고,

우리 아이를 낳아주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평생
그 세 번의 용기를 잊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 동안
조금씩 갚아가겠습니다.

처음 만났던 날에는
당신의 웃는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당신을 웃길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지금도 같은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당신이 웃을 수 있는 일을
하나라도 더 만들면서 살고 싶습니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나는 당신이 웃는 모습이
제일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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